3Q 예상 순익 9427억 원 추정… 전년 동기 대비 11.8% 감소할 듯
경영 상황 악화에 1조 원대 유상증자 단행, ‘분기배당’으로 승부수
어피니티·베어링PE, 이사회 합류… 신한금융 지배구조 영향 줄까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분기배당'을 결정하고, 정관변경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사상 첫 분기배당을 준비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분기배당을 위한 정관 변경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한금융지주는 정관 상 중간배당을 1년에 한 차례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변경해 1년에 최대 네 차례까지 배당을 할 수 있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지주가 분기배당에 나선 것은 최근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1년 만에 신한금융 주가가 반토막에 가깝게 내려앉았고, 경영실적이 경쟁사인 KB금융그룹에 뒤지면서 리딩뱅크 왕좌를 내주기도 했다. 

여기에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까지 겹치며 그야말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경영환경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조용병 회장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분기배당'이라는 묘수를 꺼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는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을 확보한 후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는 한편, 배당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 KB에 밀리는 위기의 신한

신한금융그룹의 위기 상황은 실적에서 곧바로 드러난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예상실적에서 유독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의 3분기 순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11.8%가 감소한 9247억 원으로 추정됐다.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의 3분기 순익 컨센서스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9794억 원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해진다. 

비은행 부문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태다. 

올 상반기 신한금융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합산 순이익은 728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3%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은 성장했지만, 보험과 금융투자 부문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문은 상반기 기준으로 역상장했다. 지난해 대비 순익(1527억 원) 규모가 15% 줄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주력인 은행의 성장세가 둔화됐고, 비은행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가 없는 상황"이라며 "과거 신한금융그룹은 신생 금융사로서 공격적이고 야성적인 모습이 많았지만, 리딩뱅크 왕좌에 오른 이후부터는 야성이 사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4대 금융지주 3분기 실적 전망치 ⓒ 에프엔가이드

◇ 배당을 위한 유상증자?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를 대상으로 1조158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 

신한금융지주는 이와 관련 11.4%까지 떨어진 보통주 자본비율을 12%대로 올리고, 코로나19 리스크 대응과 글로벌 사모펀드와의 공조체제 등을 유상증자 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굳이 신한금융지주가 유상증자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느냐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상증자의 시기와 규모가 굉장히 해매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1조 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1조 원이 큰 규모의 자금인 것은 맞지만, 대형 인수합병(M&A)을 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규모다. 게다가 신한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인수합병 건이나 대규모 투자계획도 아직까지 공개된 바 없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런 이유로 신한금융의 유상증자에 대해 반발하기도 했다. 

의문이 제기됐던 1조 원대 자금의 사용처는 곧 드러났다. 신한금융지주가 정관 변경을 통해 '분기배당'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분기배당 안건을 이사회에서 논의한 후 내년 3월 주주총회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그룹이 지난 9월 1조 원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 뉴시스

◇ 신한금융, 이사회 구성 변할까

의도가 어떻든 신한금융이 추진한 유상증자는 향후 신한금융그룹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의 구성원들이 변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외이사 10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 추천권은 재일교포 주주들이 4명을 추천하며, IMM PE가 1명, BNP파리바가 1명의 추천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어피니티와 베어링도 각각 1명씩 이사선임권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총 15명으로 구성되며, 이중 과반수에 달하는 8명이 주주 추천 이사로 구성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추진한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운 이사들이 이사회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향후 이번 유상증자가 신한금융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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