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쏘렌토·EV9 등 박시형 SUV 시장서 순항 중
“차체 특성상 공간 활용도 높고 레트로 감성까지 살려”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 현대차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 현대차

민주신문=승동엽 기자|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이 ‘박시’(Boxy·상자모양) 스타일을 강조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아웃도어와 레저, 캠핑 등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공간 활용도가 높고 레트로 감성을 담은 ‘박시형’ SUV 또한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 대표적 박시형 모델은?

먼저 국산차의 경우 대표적인 박시형 SUV로 지난해 5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온 현대자동차 ‘싼타페’를 꼽을 수 있다. 싼타페는 각진 형상을 바탕으로 대형 테일게이트와 동급 최대 실내 공간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기아의 경우 대형 전기 SUV ‘EV9’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EV9도 각진 외관 디자인을 바탕에 두고 있다. 특히 측면부는 직선으로 구현한 다각형을 통해 단단함을 강조했고 후면부는 넓은 차폭을 통해 전면부와 통일감을 살렸다.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로 돌아온 기아 ‘쏘렌토’ 역시 외관만 보면 전체적으로 기존 모델보다 박시한 느낌이 강조됐다. 더 커진 후드와 범퍼는 차체를 더 커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고, 전면부에는 픽셀 패턴의 세로형 LED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LED 램프가 수평형으로 배치됐던 기존 쏘렌토와 상당 부분 달라졌다.

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개된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 풀체인지 테스트카도 박시한 디자인과 실루엣을 띠고 있는 것으로 포착됐다. 팰리세이드 풀체인지 모델은 올 하반기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1월 양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수입차의 경우 메르세데스-벤츠의 오프로드 아이콘 ‘G클래스’가 지난해 누적 생산 50만 대를 돌파하며 건재함을 과시 중이다. ‘지바겐’(G-Wagen)으로도 불리는 벤츠의 G클래스는 지난 1979년 크로스컨트리 차량으로 탄생한 모델이다.

특히 G클래스는 ‘S클래스’, ‘E클래스’와 함께 벤츠의 라인업 중 가장 긴 역사를 지닌 모델 시리즈 중 하나로 각지면서도 우람한 박시형 모델의 대명사 격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차 업계도 박시형 모델을 한국 시장에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6세대 풀체인지 SUV ‘CR-V’를 국내에 출시했다. 6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된 CR-V는 차체 크기가 커져 기존 모델 대비 더 넉넉한 실내공간과 적재공간을 구현했다. 외관은 튀지 않고 무난하지만, 박시형 차체의 특성으로 반듯하고 균형감을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출시된 혼다의 대형 SUV 파일럿 또한 외관에 각진 요소를 대거 적용, 구형 대비 단단한 느낌을 드러냈다.

기아 EV9. © 기아
기아 EV9. © 기아

◇ 시장 반응은?

박시형 모델들의 소비자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일단 올 들어 2월까지 국내 누적 판매량 1위, 2위는 쏘렌토와 싼타페가 차지하며 박시형 모델들이 수위를 다투는 형국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2월 판매량에서 쏘렌토는 1만9516대로 1위를, 싼타페1만7651대로 2위에 자리잡은 상태다.

물론 최근 몇 년 새 야외 활동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넓은 공간과 대용량의 짐을 적재할 수 있는 SUV의 인기가 높아진 점이 가장 큰 이유겠다. 하지만 신형 싼타페와 직전 모델을 비교하면 박시형 스타일링이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신형 싼타페는 지난해 8월 출시된 이후 올해 2월까지 총 4만4538대가 팔렸다. 특히 작년 10월 이후 5개월 동안에는 3만9659대가 판매되며 월 평균 8000대를 육박하는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실제로 신형 싼타페의 최근 5개월간 판매량은 2020년 3월 출시된 4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크게 웃돌았다. 구형 모델은 ▲2020년 5068대 ▲2021년 3467대 ▲2022년 2392대 ▲2023년 2608대에 각각 머물렀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신형 싼타페의 가장 큰 장점은 외관을 통한 실용성”이라면서 “박시한 형태의 디자인을 통해 트렁크 공간 활용성이 높아졌고 후면 오버행까지 더 커지는 등 적재 공간이 넉넉하게 꾸려진 점이 시장에서 통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의 대표적 박시형 모델인 EV9의 경우 해외에서 더 잘나간다. EV9은 올해 1~2월 미국에서 2726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EV9은 한국에서 생산돼 수출된다.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도 2134대가 판매되며 순항 중이다.

전문가들의 호평 또한 줄짓고 있다. EV9은 2024 북미 올해의 차, 2024 영국 올해의 차 등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독일 국제포럼디자인이 주관하는 ‘2024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제품 부문 자동차 카테고리 최고 영예인 금상을 수상했다.

iF 디자인 어워드 측은 EV9을 금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기아 EV9은 다른 대형 SUV를 구식으로 보이게 만든다”고 호평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박시 스타일링 차종이 레트로 감성까지 커버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실제로 올드카는 특유의 감성과 희소가치로 마니아층을 넘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랜저 1세대 모델인 이른바 ‘각그랜저’, 원조 박시형 모델 현대차 ‘갤로퍼’ 등은 중고차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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