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내 임기 만료만 60여 곳…총선 후 선임 관측
낙하산 인사 논란…일각 “동요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제22대 총선 선거기간 개시일을 하루 앞둔 27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계단에 선거일을 알리는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 뉴시스
제22대 총선 선거기간 개시일을 하루 앞둔 27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계단에 선거일을 알리는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 뉴시스

민주신문=승동엽 기자|내달 총선을 앞두고 공공기관장 인선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매 정부마다 반복되고 있는 여권 총선 탈락자들의 중용, 일명 '낙하산 인사'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기관장의 임기가 종료되는 공공기관은 6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말까지 새로 임명될 자리를 합한다면 100명이 넘는 기관장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한국전력공사 발전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동서발전 등 5사 사장 임기는 내달 25일 일제히 만료된다. 각 발전사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지만, 인선 작업이 속도감 있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장 공백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곳도 있다. 한국에너지재단은 지난해 9월 이사장이 자진사퇴 한 뒤 반년가량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한국폴리텍대의 경우 작년 3월 이사장이 사퇴한 뒤 무려 1년 동안 후임이 결정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장 인선이 늦춰지는 이유를 놓고 정치 일정과 무관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4월 총선 후 낙선자가 가려지면 공공기관장 인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이란 분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총선과 공공기관장 인선의 상관관계는 앞선 정부들의 사례를 비춰볼 때 터무니없는 얘기만은 아니다. 실제로 총선 이후 보은성 인사가 이뤄진 경우는 자주 발생했었다.

앞선 문재인 정부에서도 총선에 출마했다 낙마한 인사들이 공공기관장 자리를 속속 꿰찼다.

대표적으로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2차관은 2020년 21대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후 이듬해 2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삼걸 전 강원랜드 사장도 비슷한 사례다. 이 전 사장은 21대 총선에서 경북 안동·예천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바 있다.

공공기관 ‘2인자’로 불리는 상임감사도 마찬가지다. 이강진 전 한국철도공사 상임감사는 21대 총선 세종을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에 나선 바 있으며, 이듬해 5월 상임감사로 선임됐다. 김경수 전 대한석탄공사 감사도 21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이듬해 2월 상임감사에 임명됐다.

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한국폴리텍대 광주캠퍼스. © 한국폴리텍대학

비단 총선과 결부시키지 않아도 각 정권마다 공공기관장 보은성 인사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이로 인해 조롱 섞인 별칭도 유행했다. 이를 두고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을 일컫는 이른바 ‘고소영’으로 불렸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서울대 출신·50대·남성인 ‘서오남’이란 별칭이 유행하기도 했다.

문 정부에서는 캠프·코드·더민주라는 이른바 ‘캠코더’ 인사가 화제였다. 여기에 문 정부 임기 말에는 공공기관장 ‘알박기 인사’ 논란까지 겹치면서 보은성 인사라는 거센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현 정부 또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는 이 같은 행태를 보이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윤 정부 출범 후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을 역임했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대한석유협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외에도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이은재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이 기관장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인수위 출신 이재환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이 실언 논란 등으로 사임한 바 있다.

공기업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180도 다른 성향의 기관장 선임으로 인해 기관 업무 방향도 중간에 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정치권 인사 선임의 가장 큰 맹점이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공기업 한 관계자는 “사실 총선 이후 대대적인 기관장 선임이 있을 것이란 전망은 일부 흘러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것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과는 별개로 기관장이란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권 인사가 기관장으로 선임되면 나름의 강점도 분명 존재한다”면서 “예를 들어 정치권 경험을 바탕으로 대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예산 확보 등에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어차피 실무는 실무자가 보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에선 정치권 인사의 기관장 선임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다. 인물 그 자체 능력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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