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 출시…스코빌 지수 8000SHU
타사 대비 2배 이상 비싼 가격 관건…과한 맵기 통할지도 미지수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 ⓒ하림

민주신문=최경서 기자|김홍국 하림 회장의 야심작 ‘더(The)미식’ 제품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이번에는 ‘장인라면’의 매운맛 버전을 출시했다. 사실상 최근 본격화된 ‘맵부심(맵다+매운맛)’ 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 확실한 라면 대표작이 없는 하림이 매운맛 경쟁에 나서는 것은 무리수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들에게 매운맛 제품은 일종의 ‘즐길거리’다. 잠깐의 흥행을 일으킬 순 있으나 장기적으로 전체 매출 비중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림은 최근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을 출시했다. 제품은 부트졸로키아, 하바네로, 청양고추, 베트남고추 등 세계 4대 매운 고추를 활용한 극강의 매운맛이 특징이다.

하림은 본연의 ‘맛있는 매운 맛’을 구현하기 위해 세계 각국 고추와 향신료 등을 직접 맛보며 맵기(스코빌 지수) 등을 분석하고 연구했다. 이후 각 고추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해 고추 본연의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게 매운 맛과 향을 구현했다.

이번 제품의 스코빌 지수는 무려 8000SHU이다. 이는 신라면 스코빌 지수(3900SHU)를 2배 이상 넘어선 수치다. 최근 출시된 신라면 더 레드(7500SHU)보다도 높다. 매운맛 라면의 원조 격인 틈새라면에는 살짝 못 미친다.

하림 관계자는 “자사가 추구하는 진짜 맛있는 매운 맛을 구현하고자 많은 공을 들였다”며 “맛있게 매운 라면을 제시하고, K-맵부심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마이크로 다큐멘터리 채널 '그레이트 빅 스토리(Great Big Story)'에서 불닭볶음면이 K라면 대표 주자로 집중 조명되고 있다. ⓒ뉴시스
영국 마이크로 다큐멘터리 채널 '그레이트 빅 스토리(Great Big Story)'에서 불닭볶음면이 K라면 대표 주자로 집중 조명되고 있다. ⓒ뉴시스

◇ 끝이 없는 ‘맵부심’ 경쟁

매운맛 경쟁의 시작은 삼양식품의 효자 제품 ‘불닭볶음면’부터였다. 불닭볶음면의 스코빌 지수는 봉지라면 기준 4404SHU다. 출시 당시 기준으로는 충격적인 수치였다.

이 같은 매운맛이 2030세대 취향을 저격하면서 인기를 몰았다. 현재는 음식의 맵기 정도를 구분하는 기준점이 됐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인기가 해외까지 퍼지면서 최근 5년 연속 해외 매출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해외 각국 유명인들 사이에서 ‘불닭볶음면 먹방’ 유행이 불면서 열풍을 일으킨 효과다.

실제 삼양식품은 지난 2019년 처음으로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긴 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 매출 809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4% 증가했는데, 이는 총 매출의 68%에 달한다.

이처럼 불닭볶음면이 성공가도를 달리자 삼양식품은 ‘간짬뽕 엑스’를 출시하며 ‘제2의 불닭볶음면’을 노리고 있다. 이후 농심에선 ‘신라면 더 레드’를 내놨고, 오뚜기는 ‘마열라면’으로 경쟁에 참여했다.

현재는 라면업계를 넘어 편의점업계와 프랜차이즈업계로도 확산됐다. 대표적으로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청주 매운만두’ 2종을 사이드 메뉴 라인업에 추가했고,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는 마라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는 ‘마라페어’를 진행했다.

하림도 지난해 10월 더미식 만두 중 ‘땡초고기교자’에 냉장 고추 본연의 맛을 살린 매운맛 만두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장인라면 맵싸한 맛 제품으로 매운맛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하게 됐다.

지난 2021년 10월 서울 강남구 하림타워에서 진행된 'The미식 장인라면' 시식회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조리 시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21년 10월 서울 강남구 하림타워에서 진행된 'The미식 장인라면' 시식회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조리 시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확실한 ‘대표작’은 언제쯤

업계에선 이번 장인라면 맵싸한 맛 제품이 매운맛 경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칫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던 더미식 브랜드에 큰 오점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림의 경우 농심‧삼양식품‧오뚜기 등 라면 3사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들 3사는 각자 대표 제품이 있다. 농심은 신라면, 삼양심품은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 오뚜기는 진라면 등이다.

반면 하림의 더미식 브랜드에는 아직 확실한 ‘얼굴’이 없다. 장인라면으로 대표되긴 하나 완벽하게 대중화됐다고 보긴 약간의 무리가 있다.

사실 매운맛 제품은 장기적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현재 떠오르는 트렌드를 겨냥한 ‘핀포인트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트렌드가 저물면 자연스럽게 제품 인기도 식게 된다.

때문에 업계에선 더미식 브랜드가 지난 2021년 론칭한 신규 브랜드인 만큼 라인업 확장에 주력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제품은 통상 주력 제품이 안정권에 접어든 이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다. 주력 제품의 성공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제품을 내놓기에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림의 경우 앞서 선보인 장인라면 2종(얼큰한 맛‧담백한 맛)이 아직 소비자들의 심사를 받는 중이다. 출시된 지 2년이 지나긴 했지만, 론칭 후 첫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 신제품 출시는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가격이다. 하림은 장인라면 콘셉트에 ‘프리미엄’을 불어넣고 있다. 가격대가 4봉지 묶음 기준 8800원에 달한다. 5봉지 묶음으로 3000원대에 판매하는 경쟁사들에 비하면 상당히 높게 책정됐다.

기본적으로 매운맛 제품을 구매하는 심리는 ‘한번 먹어볼까’다. 얼마나 매울지에 대한 호기심인 셈이다. 꾸준히 즐겨먹는 이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8800원이라는 가격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 봉지 가격도 2200원으로 만만치 않다.

물론 장인라면이 맛과 질로 승부하는 제품이고, 이번 맵싸한 맛 제품이 ‘맛있게 매운 맛’을 강조한 만큼 소비자들이 만족한다면 오히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최소한의 수익을 방어해줄 주력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맵싸한 맛 제품이 크게 실패한다면 그 피해는 상당할 것”이라며 “현재 장인라면을 향한 시선은 비판이 아닌 우려의 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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