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부도 사태로 사실상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한진해운이 40년 동안 축적해온 영업 네트워크마저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한진이 구축해온 각종 네트워크를 국내 해운사가 이어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해운 업체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한진해운 아시아-미주노선 영업망에 대한 매각작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나서는 해운사는 없다고 한다.

국내 2위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이 인수의향서는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본입찰 참여 여부는 미지수다.

법원이 내놓은 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노선 영업망 매각건에 대해 국내 업체들은 재무적 여력이 충분치 않은데다 사업 영역 확대에 따른 깊은 논의와 검토를 할 시간이 크게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아직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망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 자산 목록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물류시스템과 해외 자회사 7곳, 컨테이너선 5척, 노선 담당 인력 등이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문제는 현대상선도 미주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 회사가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은 1만TEU급 이상의 대형 컨선(한 번에 6m길이 컨테이너 1만개 이상을 수송할 수 있는 선박)인수를 통한 경쟁력 강화인데 매각 대상 선박은 6500TEU급 중형 선박이라는 점이다.

또 현대상선은 올 상반기에만 4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좋지 않은 재무상황에 처해있다. 입찰에 적극 뛰어들 만큼 현금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아시아 역내 운항을 주로 하고 있는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중견선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진해운 자산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

박정석 고려해운 회장은 최근 한진해운 미주노선 인수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중견선사)끼리 자주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서울지법은 이번 달 28일까지 예비입찰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뒤 다음 달 4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한다. 11월7일 본입찰을 실시하고 최종 인수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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